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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뇌엽 절단 수술의 역사

by 까또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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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공사장에서 폭발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게이지라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머리에 철봉이 관통해서 당연히 죽을 줄만 알았지만 청년은 두 달 만에 멀쩡한 모습으로 현장에 복귀했습니다. 하지만 청년은 정말 멀쩡하진 않았습니다. 장애인이 되지는 않았지만 사회생활에 곤란을 겪는, 어린애처럼 제 멋대로인 사람이 되고 말았습니다. 학자들은 청년의 비극을 통해 전두엽은 사회적인 뇌의 역할을 맡는다는 것과 이곳이 망가져도 외견상으로는 멀쩡히 살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동시에 알았습니다.
1880년대로 접어들면서 전두엽을 망가뜨리는 종양이 생기면 무기력증, 정신 둔화, 성마름, 자제력 상실 같은 정신 증상이 환자들에게 나타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 당시의 치료법으로는 병든 전두엽을 잘라내는 것으로 치료했습니다. ‘병든’ 전두엽을 어쩔 수 없이 잘라내는 수술 즉, 전두엽 절제 수술은 1884년에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정신병 치료를 위해 ‘멀쩡한’ 전두엽을 일부러 잘라내는 수술은 1888년에 스위스의 정신과 의사 부르크하르트가 처음으로 시작했습니다. 부르크하르트는 전두엽이 없어진 게이지가 이전의 명랑함을 잊고 공격적인 사람이 되었다면, 반대로 공격적인 환자들의 전두엽을 잘라버리면 얌전해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실천에 옮깁니다. 외과 의사로 수련을 받은 적도 없는 그는, 자신이 치료하던 조현병으로 환자 6명을 의학 발전이라는 이름으로 희생시킵니다. 한 명은 죽고, 한 명은 나아졌고, 두 명은 별반 차이가 없고, 두 명은 아예 말문을 닫아버렸습니다. 사실상 실패한 것이나 다름없는 연구 결과를 학회장에서 당당하게 발표했고 이번에는 청중들이 말문을 닫아버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후로 뇌 수술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구미 각국에서 신경 매독이나 뇌전증을 앓는 환자들에도 뇌 수술을 시도하게 됩니다. 1896년에는 영국의 실험 생리학자인 페리어는 원숭이 전두엽 절제 수술로 게이지와 유사한 증상이 일어나는 것을 관찰하여 게이지나 원숭이나 공통으로 전전두엽 피질(전두엽보다 더 앞쪽의 뇌피질로 이마에 해당하는 뇌)에 손상을 입었다고 주장합니다. 이제는 전전두엽이 관심의 초점으로 떠오릅니다. 1935년 런던에서 열린 국제 신경학회 학술대회장에서 예일대학의 제이콥슨과 풀턴은 전두엽을 제거한 원숭이를 온순하게 만든 실험 결과를 발표합니다. 청중들 속에 있던 포르투갈의 신경과 의사 에가스 무니스는 그들의 발표에 깊은 인상을 받습니다. 무니스는 강박장애나 조현병 환자들의 불안과 초조가 전두엽에 생긴 신경회로의 과도한 활동성 때문으로 여겼습니다. 이 사람들의 실험이 옳다면 전두엽과 전전두엽 사이의 신호 전달을 차단만 해주어도 정신병 증상 치료에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수술을 통해 환자들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면 평생 정신병원에 손발이 꽁꽁 묶인 채 갇혀 지내는 신세는 면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신경외과 의사와 함께 수술법을 개발합니다. 1936년부터 다음 해까지 29명의 환자에게 전전두엽 백질을 절단하는 수술을 해서 7명은 완치, 7명은 증상 완화되었고 6명은 아무런 효과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정도만 되어도 부르크하르트보다는 훨씬 나았습니다. 하지만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수술받은 환자들은 지나치게 차분해지고, 감정은 밋밋해지고, 인간적인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한마디로 정신활동이란 것이 완전히 사라진 기괴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수술은 성공적이라는 평가받았고 정신의학계에는 정신 외과의 열풍이 몰아칩니다. 그 열풍 속에 미국의 신경과 의사 프리먼도 달아오릅니다. 동료 신경외과 의사와 함께 스스로 '뇌엽 절단술’이라 명명한 수술법을 미국에 퍼뜨리는 전도사가 되었습니다. 이후에는 좀 더 손쉬운 경안와뇌엽절단술을 개발합니다. 이 수술은 정말 손쉽게 할 수 있었습니다. 마취도 없이 전기 충격으로 환자를 기절시킨 후 눈 안쪽으로 긴 꼬챙이를 넣어 뇌를 휘저어 망가뜨리기만 하면 되었습니다. 프리먼은 미국 곳곳을 돌아다니며 시술법을 시연하며 보급했습니다. 그 결과 1950년을 전후해서 2년 동안 1만 명의 환자의 뇌에 꼬챙이가 꽂혔습니다. 무니스가 ‘일부 정신병에 있어 수술적 치료의 가치 발견’으로 노벨상을 받은 것도 바로 이 열풍이 휩쓸던 1949년입니다. 의사들도 수술로 환자가 정상인이 되는 것이 아니고 다루기 쉬운 환자가 된다는 사실을 잘 알았습니다. 하지만 다른 방법도 없던 실정이었습니다. 만약 수술하지 않으면 진정제를 계속 먹여 재우거나 평생을 묶어두거나, 전기충격으로 얌전하게 만들거나, 평생 철창 속에 가두어놓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수술은 환자를 어느 정도로는 같이 지낼만한 상태로 만들어주는 유일한 돌파구였습니다. 비인간적인 정신 수술 치료법도 그 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약물이 등장하기 때문입니다. 그 때문에 진보적인 의사들은 칼을 버리고 약을 먹이자고 주장을 합니다. 하지만 보수적인 의사들은 여전히 수술을 지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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