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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야기

인간은 진짜 뇌를 10%만 사용할까?

by 까또 2022. 1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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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뇌가 가진 능력을 100% 다 사용하지 못하고 일부만 사용한다는 대중심리학과 관련된 오래된 속설이 있다. 과학적으로 입증되지도 않은 유사 과학이지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이 말했다는 출처 불명의 소문이 퍼지면서 더욱 잠재우기 힘든 편견이 됐다. 당연하지만 아인슈타인은 뇌과학이나 신경과학과는 무관한 물리학자이며 아인슈타인이 이렇게 말했다는 기록은 어디에도 없다. 이 도시 전설의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사례는 1890년대 하버드 대학교의 심리학자 윌리엄 제임스와 보리스 시디스가 윌리엄 제임스 사이 디스라는 신동을 연구하면서 주장한 인간의 잉여 능력에 대한 가설이다. 윌리엄 제임스는 일반 청중들에게 하는 강연에서, 시디스의 사례를 들며 사람들은 자신의 지적 잠재력의 극히 일부밖에 경험하지 못하고 살아간다고 주장했다. 1936년 미국의 작가 로웰 토마스는 데일 카네기의 저서 '사람을 움직이는 기술'에 보낸 서문에서 이 아이디어를 요약하고 허위 숫자를 덧붙여 "하버드 대학의 윌리엄 제임스 교수는 평균적인 인간은 그 지적 잠재 능력의 10%밖에 발휘하지 않는다"라고 썼다. 하지만 윌리엄이 10%라고 말을 한 적은 없다. 1930년대에는 뇌의 대부분이 신경 아교 세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밝혀져 있었지만, 당대엔 아교 세포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지지 않아 언뜻 보면 대부분이 기능을 하지 않는다고 보일 수도 있었다. '생물 심리학'의 저자이자 미국의 심리학자이자 작가인 제임스 W. 캐럿은 1930년대가 뇌과학에 대한 연구가 시행착오 단계인 상황이었고 일반 대중들의 과학적 무지 및 비판적 수용 능력 부족이 겹쳐 "10% 신화"로 이어졌다고 평가했다. 신경 과학자 배리 고든은 이 유사 과학이 거짓말이라고 설명했다. "사실상 우리는 뇌의 모든 영역을 사용하고 있으며, 뇌의 대부분은 언제나 활발하다"라고 덧붙였다. 고든은 10% 전설이 잘못됐다는 7가지 근거를 제시했다. 뇌 손상 연구에 의하면 만약 뇌가 10%밖에 사용되지 않는다면, 나머지 90%에 대해 손상이 일어나더라도 뇌의 성능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손상을 입었을 때 능력의 상실을 부르지 않는 뇌의 영역은 없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뇌는 작은 부위에 미세한 손상을 입더라도 심각한 장애를 얻기 때문이다. 뇌 스캔 이미지가 나타내는 바에 의하면, 인간의 뇌는 모든 상황에서 모든 영역이 활발하게 작동한다. 물론 어떤 영역이 다른 영역보다 항상 활동적인 것은 사실이며, 활성화 정도에는 큰 차이가 있다. 그러나 전혀 작동하지 않는 뇌의 부위는 그 부위가 손상되지 않는 한 존재하지 않는다. 뇌는 인체의 부위 중 가장 변두리에 있으면서 산소와 영양분의 소비가 많다. 뇌는 몸무게의 2% 정도의 무게밖에 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인체에서 소비되는 에너지의 20%를 필요로 한다. 만약 뇌의 90%가 일반 생존에서 불필요하다면, 작고 효율적인 뇌를 가진 인류가 생존 경쟁에서 크게 우위에 서게 된다. 그것이 사실이라면 진화생물학에 따른 자연선택이 비효율적인 뇌를 배제할 것이다. 원래 진화 과정에서 그렇게 낭비가 많은 뇌가 발달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거대한 뇌와 머리가 큰 인간의 새끼가 출산 시 사망 위험을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을 감안하면, 10%밖에 사용되지 않는 거대한 뇌를 도태시키기 위한 압력은 강력했을 것이다. 뇌 영상 진단으로 양전자 방출 단층 촬영(PET)이나 fMRI와 같은 기술에 의해 생체 내 뇌의 기능을 모니터 할 수 있게 되었지만, 어떠한 상황, 심지어 수면에도 뇌의 모든 부분에 어느 정도 활동이 인정된다. 심각한 손상을 입은 뇌에만 '침묵'하는 영역이 존재한다. 뇌 기능 분배와 관련하여서 뇌는 한 종류의 시스템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고, 부분마다 다른 정보 처리를 실행하고 있다. 뇌의 각 기능을 어떤 뇌 영역이 담당하고 있는지 연구에 수십 년이 소요되어 왔지만, 기능이 없는 뇌 영역은 발견되지 않았다. 마이크로 구조 분석에서 단일 단위 기록 기술을 통해 연구자들은 뇌에 미세 전극을 삽입함으로써 단일 뇌세포의 활동을 모니터 할 수 있게 되었다. 만약 뇌세포의 90%가 사용되지 않는다면, 이 기술에 의해 그 사실이 발각되어있을 것이다. 시냅스 가지치기는 사용되지 않는 신경 세포를 마치 정원사의 가위에 잘려 나가는 나뭇가지처럼, 퇴행(변성)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뇌의 90%가 사용되지 않는다면, 성인의 뇌를 해부했을 때 변성된 90%의 세포들이 발견되어야 한다. 뒤집어 생각하면, 심각하게 변성되어 침묵하고 있는 뇌세포는 뇌에 붙은 쓸모없는 세포에 불과하므로 사용할 수 있는 부분에만 뇌를 100% 사용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정재승도 자신의 저서인 에서 이 유사 과학을 비판한 바 있다. 의외로 많은 사람이 진짜라고 알고 있으나 위와 같은 근거에 의해 이는 과학적으로 근거 없는 소리이다. 결론을 말하자면 '쓰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동시에 쓰지 않는 것'이다. 다른 기관인 심장의 경우를 예로 들면 심장은 분당 최대 200번 가까이 뛸 수는 있지만 평상시에는 일부러 그렇게 빨리 뛰지는 않고 분당 80번 정도의 스퍼트를 유지하다가 매우 격하게 운동하는 등의 상황에서만 분당 200번까지 뛰게 되며, 뇌 또한 마찬가지로 사용률이 최대 100%까지 쓸 수 있지만 평상시에는 일부러 그렇게 과도하게 작동하지는 않고 사용률 10% 이내의 스퍼트를 유지하다가 작업을 하는 상황에서만 사용률이 100%까지 활용되는 것이다. 더 쉽게 비유하자면 평상시엔 절전상태이다가 작업 시에만 스위치가 들어가 100% 출력을 내는 것. 또한 훈련되어 익숙한 상황에서는 오히려 의식적인 생각을 적게 하면서도 최적화된 행동을 할 수 있으며, 반대로 익숙하지 않은 상황일 경우 어떤 행동을 취해야 할지 생각하다가 최적의 행동을 할 시기를 놓치게 된다. 그래서 이 유사 과학 이론과는 정반대로 뇌 활성화가 덜 될수록 오히려 뇌를 잘 쓰는 것이라고 봐야 한다. 학계에서는 이를 별도로 신경 효율(neural efficiency)이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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